그냥




1. 리얼한 주부생활 2주째 


  어제 신랑일하는곳에 가서 같이 퇴근하려고 했는데, 7시면 끝나는데 20분이 지나도 전화도 없어서 전화해보니 안받더라. 일하는중에 계속 전화하기도 그렇긴 하지만 내가 있을곳이 없어서 (신랑이 일하는곳 주변엔 커피빈이나 스타벅스처럼 괜히 들어가서 한시간 개겨도 티안나는 그런 카페가 없기 때문에.. 시장통임) 다시 한번 짤막하게 전화를 걸었다가 끊었다..

두번 전화한 기록이 있으면 전화가 걸려 오려니 하고 말이지... 그런데 잠시 후 걸려온 전화. 목소리는 좀 굳어 있고.. 도저히 일찍 끝날 것 같지 않으니 그냥 여기로 오라고... 그런데 난 이미 그냥 밖에서 만나서 집에 갈줄 알고 시장에서 뭘 샀단 말이다.

손톱이 새까맣게 변한 할머니가 완전 지친 상태로 팔고 계시길래 어쩔 수 없이 맘약해서 구입한 애호박 4개(천원이라능)와 감자 한무더기(작은 자주색 감자)... 검정 비닐봉지에 감자며 호박을 들고 가면 신랑 면도 있고 한데... 어쩔 수 없이 약국에 들러 레모나(촌스럽기 그지없구나)한통을 사서 들고 갔다. 데스크 직원에게 레모나를 건네며 굽신굽신 한 뒤에 샤샤샥 방으로 가서 인터넷 삼매경을 하다 보니 온통 땀에 흠뻑 젖은 신랑이 들어왔다. 너무 어려운 케이스라서 아무래도 큰병원에 보내야겠다며 의뢰서를 쓰는데 얼굴이 참 흙빛이더군

몇달 안되긴 하지만 같이 살아보니 이 사람이 일이 잘 안풀릴때 얼마나 낙담하는지를 알고 있어서 집에 오는 길에도 (결국 퇴근시간은 예상보다 한시간 반이상 늦어졌다) 계속 응원을 아끼지 않았는데 신랑 기분은 확 나아지질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거겠지 우울한 일이 있는데 옆에서 응원하고 그런다고 확 기분이 좋아질까

그러나 문제는 요즘 내가 앓고 있는 만성적인 우울증인데 (인터넷에 떠도는 우울증 테스트 나도 해봤는데...무슨 31점 이상이면 당장 병원 고고싱이더만 나는 여유로 35점 나오고 0_0;) 같이 밥을 먹다가 갑자기 눈물이 질질 나고 울먹울먹 해버린것이다

어린이는 깜짝 놀라 왜그러냐고 하는데 이유도 모르겠고 다 싫고 밥먹고 나와서 걸어가는데 가전제품 매장 텔레비전으로 거대한 성시경 얼굴이 나와서 순간 확 뚜껑 열리고 (아무 상관없는데 유독 너무나 증오스러운 사람이 그사람이다) 등등
신랑이 왜 그래 왜그래 하면서 등을 쓸어주자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무튼 그래도 이번주는 날마다 얼마씩 벌었잖아. 하고 웃으면서 말하는데 그냥 기분이 아주 확  뭐랄까 심장이 오그라들면서 다 그만두고 스트레스 받는 일 하지 마! 내가 그냥 일반사무+번역알바 뛰어서 먹고 살자. 자기 그냥 놀아 라고 하고 싶었다.. 신랑 취미생활 시켜줄만큼 내가 벌 수가 없어서 그렇지(한달 골프장 그린피와 캐디피 등등으로 벌써 내 월급 다 나갈듯)


2. 그리고 오늘도 인터넷으로 예쁜 그림 찾아서 핸드폰으로 보내주고 까꿍짓을 하여 기분을 좀 나아지게 해줬는데
   문제는 나다. 누가 내 기분을 풀어주지?
   내 우울증은 살구 통조림처럼 내 안에 꽉 차서 그냥 계속 장기보관 고고싱인거야? 뭐 그런 기분
  

   시집도 안간 처녀가 하루에 이혼하는 사람들만 많게는 스물여섯쌍씩 보면서 지휘관처럼
  자 거기 앉으시고 신분증 주시고  도장 주시고 당사자 아니신 분은 나가 계시고 왜 이혼 결심하셨습니까?
  아 그래요 별거한지는 몇달? 그럼 사유는 배우자의 외도로?
  아 그냥 성격차이요  네 네
 
  뭐 이런 일을 했었기 때문에 사실 동종업계로의 복직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
  그냥 뭐랄까 말도 안되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천만개가 내 머릿속에 가득할 뿐.
  그때 대학원졸업하고 바로 유학갔으면 어땠을까 대학원 마치기 전에 일본갔으면 어땠을까
  그때 거기 말고 다른데 취업했으면 어땠을까 그때 그사람의 연락을 받고 다시 한번 만났으면 어땠을까
  등등등등등등등등등 

  우울할때는 어떤 것을 상상해도 지금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든다 


3. 그렇다면 현재 생활에 불만이 뭐냐, 라고 내 자신에게 묻고 그 불만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면 되는건데 
   무서운것은 불만이 없다. 별로. 의욕이 없는것 정도. 예전엔 잘나가는 사람들 부럽고 질투도 나고 그걸 계기로 더 바짝 노력하게 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 부러운 사람도 없고 질투도 안나고 그냥 멍- 할뿐 

4. 그냥 어제 간만에 외갓집 갔다가 진선여중 앞이랑 링코랑 그런데 돌아다니니 옛날 생각이 나더라.
    내가 꿈많던 소녀시절(........;;;)이었던 그때가. 링코에서 각도기 하나 구입.  파리바게트에서 빵도 샀는데 
    슈크림이..너무 눅눅했다. 아무래도 슈는 그때 바로 넣어주는시스템이 좋은듯 (무척 귀찮겠지 당근)
   

5. 어린이에게서 나때문에 기분이 많이 나아졌다고 저녁에 맛있는것 먹자는 연락이 왔다. 기뻤다
    한편으로는 울적하다. 나도 와이프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어제 산 애호박 4개는 답이 안나온다 
   우린 두식구라 한개만 사도 다 남는데..이따 잘라서 오븐으로 말려야지 흑흑흑 나도 참 길에서 야채파는 할머니한테는
    너무 맘이 약하다는..ㅠㅠ



 

by dike | 2008/07/05 12:49 | 素敵な日常[diary] | 트랙백 | 덧글(9)

트랙백 주소 : http://alsdud.egloos.com/tb/1964186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8/07/05 13: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유클리드시아 at 2008/07/05 13:38
;ㅅ; 웅.. 늄도 우울증이에요..;;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낀다는..;; (......;;) 힘내세요...
Commented by 수려 at 2008/07/05 16:26
어디 파리바게트에서 사셨는지 막 알것같고요 아후 <-
힘내세요;ㅅ; 우울증엔 약도 없다던데.. 최대한 즐거운 생각만 하실 수 있길 바래요!
Commented at 2008/07/06 10: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at 2008/07/06 10:1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쥐™ at 2008/07/06 11:54
나도 와이프가 있었음 좋겠다는 말에 백배 동감이에요..ㅠㅠ
수려말처럼 우울엔 약 없다지만. 즐거운 것과 집중할 것이 있으시길 바랍니다>_<
저의 경우 뜨게질과 퀼트...<- ㅠㅠㅠㅠㅠㅠ
바느질하다가 바늘에 찔리면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화가나는데 이게 상당히 효과가.. .쿨럭쿨럭;;
Commented by 올비 at 2008/07/07 10:22
아무 상관없는데 유독 너무나 증오스러운 사람이 저랑 같으시네용;;

몇 년 전 어머니께서 우울증을 지독히 겪었고, 그걸 옆에서 몇 년 동안 봐온 사람으로써..
유감스럽게도 누가 무슨 말을 해주어도 그닥 위안이 안된다는 걸 압니다만..
그래도 빨리 좋아지셨음 좋겠습니다 ;ㅅ;
Commented by dike at 2008/07/08 09:49
아이구, 다들 너무 감사합니다. 훌쩍훌쩍 부비부비 (츄릅)
이제 좀 기운차렸어요..라기보다 집중할 일이 생겨서요 ^^ 흐흐흐
아무튼 다시 줄기차게 포슷힝놀이 할께요 ㅜㅜ
Commented at 2008/07/08 17:03
비공개 덧글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